자가면역질환으로 급성탈모 발생

탈모 발생 및 치료 상황

두 달 이상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2월 말 쯤, 머리를 감으면 이상하게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의 감정이나 신체 반응을 자주 기록하고 관찰하는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시점도 기록을 해 두었다. 처음에는 며칠 그러다 말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현상이 일주일 정도 지속이 되었고, 두피 마사지라도 하면 나을까 하면서 두피를 만지는데, 모발이 없이 매끈한 부분이 만져지는 것이었다. 나는 살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라 당황한 마음으로 핸드폰 카메라로 해당 부분을 찍었다. 사진을 확인해 보니, 왼쪽 귀 뒤편에 지름 3cm정도의 원형 탈모가 발생한 것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다음 날 바로 동네 피부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진료를 받는 중에도 머리카락이 스르륵 빠져나왔다. 머리를 빗으면 빗는 대로, 손으로 쓸어 넘기면 넘기는 대로 머리카락이 빠져나왔다. 의사 선생님께서 보시고는 큰 병원 가야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2차 병원인 종합병원으로 갔다. 초진이라 예약을 하려고 하니 2주 뒤에나 진료가 잡혀서 우선 동네 병원에서 면역 억제 및 항염 작용하는 부신피질호르몬제 알약 처방 받고, 원형 탈모 부위에 주사도 맞았다. 2차 병원에 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탈모는 머리 전체로 퍼졌고,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서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긴 생머리였던 나는 어깨 위로 머리카락을 잘랐고, 결국 2주 뒤 2차병원에 갈 무렵에는 원래 있었던 머리카락의 98% 정도는 탈락된 상태가 되었다. 


2차 병원에 갔는데 별다른 검사도 하지 않고 그냥 눈으로 슥- 보더니, 밥 잘 먹고 잠 잘 자야한다고 하면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두피에 전체적으로 놓아 주셨다. 약은 하루에 2만 원 하는 비보험 약이 있다고 그걸 먹으면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그걸 최소 3개월 이상은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지금 한 달에 60만원이면 그게 내 생활비인데 약 값이 부담된다고 하니, 미녹시딜과 비보험인 모발 영양제를 처방해 주셨다. 2주에 한 번 주사를 맞고, 동일한 영양제를 처방 받았는데, 이 정도 치료라면 동네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아도 되지 않을까 하여 문의하러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나는 지금 대학병원을 가야하는 상태라고 하셨다. 그리고 보험이 적용되는 면역억제제도 있다고 알려 주셨다.


현재 조건부 수급자로 의료급여 1종인 나는, 곧바로 대학병원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이 때에 처음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았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1차 병원에서 2차 병원으로, 그 다음 2차 병원에서 진료 의뢰서를 받아서 3차 병원인 대학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2차 병원에 가서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진료의뢰서를 발급해 달라고 했고, 지역의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하니 1년 뒤에 자리가 있다고 했다. 예약을 해 두고도 참 막막했다. 언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싶고, 솔직히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다른 대학병원에 전화를 하니 2달 뒤에도 예약이 있고, 운이 좋게도 열흘 뒤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해당 대학병원을 방문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면역억제제를 한 달 분 처방 받아왔다. 


면역억제제는 복용한 지 이제 이틀이 좀 지났을 뿐인데,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향이 달라졌다. 그전에는 물에 닿으면 그냥 녹듯이 머리카락들이 흘러내렸는데 이제 그런 식으로 머리카락이 빠지지는 않는다. 슬쩍 닿거나 머리를 빗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었는데, 지금도 머리카락이 없는 와중에도 빠지기는 하지만, 약을 먹기 전보다 빠지는 양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 탈모가 시작되고 나서는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서 머리 감는 것이 너무 무서웠는데, 이제 무섭지는 않고 좀 편하게 머리를 감을 수 있게 되었다. 남아 있는 머리카락은 지금 몇 올인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몇 가닥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면역 억제제를 계속 복용하면 머리 빠지는 것은 좀 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머리 나는 거에 신경을 써야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다. 


급성 탈모 전의 내 상태

갑작스럽게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기 전에 나는, 자주 어지러움증과 메스꺼움, 두통 증세가 있었다. 몸에 힘이 없어서 어디 이동하거나 움직이는 게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다가 생활비를 아낀다고 먹는 것을 줄였다.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끼만 먹었는데, 그마저도 아침은 가볍게 먹는다고 두부 같은 걸로 배를 채웠다. 따로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도 없었고, 그저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왜냐하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해 놓은 상태에서 근로능력평가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기초생활수급 선정이 되지 않는다면, 그 후로 당장 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고, 생활비가 나올 곳도 없고, 나를 도와줄 사람도 아무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끼려고 식비를 줄인 것이다.


감정적으로는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따로 따로 인연을 끊자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이었다. 이 이야기는 하자면 너무 길어지는데, 간략히 내 입장에서의 소감을 밝히자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부모는 받아주지 못했고, 그들은 그들 마음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나는 필요없다는 표시와 협박으로서 인연을 끊자고 한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그런 부모의 협박성 행동들은 현재에도 트라우마로 남아 내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사람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거나 하여 사회생활이 힘든 정도인데,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도 부모가 나를 감정적으로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내가 그런 말에 벌벌 떨 일도 아니고,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잘못했다고 빌 것도 아니고, 인연을 끊어서 아쉬울 것도 없는데, 다만 한 가지. 속에서 화가 정말 많이 났다. 내가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드러내고 부모와 자식으로서 대화하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런 진심이 그들에게는 전해지지도 않는 듯 했고, 그들은 자식의 마음을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사람도 아닌 듯 했다.


어쨌든, 가족과의 불화, 경제적인 불안, 영양 결핍, 거기에 새롭게 인터넷으로 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하여 여러가지 궁리하느라 잠이 오지도 않았고, 새벽 3시까지 노트북 붙들고 있다가 5시에 깨서 잠이 안 오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수면 부족까지, 그리고 얼른 경제적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와 관련한 정보만 집에서 하루 종일 찾아보고 시도해보고 하다 보니 집 밖으로는 나가지도 않았으니, 운동 부족. 이 모든 게, 자가면역성 질환을 일으킨 건가 싶다.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 된 상태가 계속 이어졌으니 말이다. 


탈모 후의 감정 변화

탈모로 진료를 받고 나올 때, 의사 선생님께서 꼭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탈모가 머리카락으로 가려지는 정도가 아니고, 거의 대머리 정도로 머리카락이 다 빠진 상태라서 거울을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내가 무슨 큰 병이 걸린 것 같아 덜컥 무섭기도 하고, 밖에 나갈 때는 모자를 쓰고 바람이 불면 모자가 날아갈까 불안불안해 하면서 다니고, 실제로 강풍에 모자가 달아가 당황한 적도 있고 그렇다. 


확률적으로도 탈모 후에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주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우울증을 오랜기간 앓아왔고, 자살 생각도 시도도 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탈모로 인해 감정적으로 안 좋아지려고 하면 이겨내려고 의식의 전환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기분이 안 좋아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에.) 그렇기는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거울 속의 모습이 머리카락이 별로 없는 민머리에 가까운 모습이라, 거울을 보고 '와~ 신난다!'라는 기분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냥 '머리 빠진 내 모습도 예쁘네.' 하면서 스스로를 달랠 뿐이다. 


체력도 아직 다 회복이 된 게 아니라서, 피곤해서 누워있으면 정말 여러가지 잡 생각들이 많이 떠오른다. 특히 생리 전후에는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내가 의식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 이제는 언제라도 나도 모르게 병이 걸려서 갑작스럽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좀 자주 든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탈모가 왔고, 갑자기 머리카락이 한 3주만에 다 빠져버리는 경험을 하니, 아, 이런 식이면 갑자기 죽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이럴 때는 진짜 누워서 살짝 낮잠을 자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하면서 몸에 에너지를 채워준다. 몸이 안 좋을수록 생각도 안 좋은 생각이 많이 나기 때문에, 몸이 안 좋을 때는 충분히 쉬어줘야 한다. 


탈모 후의 생활 변화

솔직히 나는 머리 빠진 상태로 밖에 다녀도 상관은 없는데, 사람들이 힐끔힐끔 보는 시선이 싫다. 사람들이 내 머리 벗겨진 모습을 보고 아무런 신경도 안 쓴다면 나도 별 신경 안 쓰고 다닐 수 있을텐데, 나는 외출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면서 다니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모자를 쓰고 다닌다. 정수리 부분이 확 벗겨지고 나서는 모자를 두 개 샀다. 그마저도 봄이라 바람에 날아갈까 조마조마하면서 쓰고 다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조마조마한 마음이 싫어서 실내 운동으로 전환을 좀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바깥 외출은 짧게만 하고 말이다. 안 그래도 은둔하기 쉬운 상태인데 탈모까지 오니 참,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전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잔디와 모래 길에서 맨발 걷기를 좀 했다. 맨발 걷기를 매일 하니 잠이 정말 잘 오더라. 그리고 기분이 참 개운하고 좋아지더라. 그래서 맨발 걷기는 내가 하는 걸 좋아하는데,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는 감염에 취약해질수도 있고 상처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맨발 걷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매일 잠깐이라도 바깥 산책로에 가서 자연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시간대는 되도록 오전 시간대에 나가서 햇빛을 보고 공기를 마시고 온다. 


그리고 나는 뭔가를 시작하면 다른 것에 소홀해 지는데, 이제는 몸 건강이 최우선이 되었다. 무엇을 하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휴식도 적당히 취해주게 되었다. 예전에는 쉰다는 것에 대해 어떤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불편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쉬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쉴 때에는 음악도 듣지 않고 핸드폰도 확인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을 하거나 짧은 낮잠을 잔다. 


탈모 후에는 영양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평소에 음식물 쓰레기 생기는 게 싫어서 간편한 요리만 해 먹었었는데, 생각해 보니 달걀 껍질 처리하기가 싫어서 달걀을 안 먹은지도 몇 개월이 되었더라. 그래서 달걀, 두유, 돼지고기, 소고기 등 의식적으로 단백질과 야채, 그리고 제철 과일을 자주 챙겨먹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종합 영양제를 먹어줬었다. 그런데 면역억제제 먹고 나서는 종합 영양제를 매일 먹지는 않는다. 대신 원래 먹던 마그네슘을 더 신경써서 매일 먹어주고 있다. 


수면도 충분히 취하기 위해서 신경을 쓴다. 수면 환경도 쾌적하게 관리하고, 베개 커버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자주 세척하고, 수면 시간은 늦게 자도 7~8시간은 자고 일어나려고 한다. 그리고 명상을 매일 하고 있다. 명상을 통해서 생각과 감정과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용서 명상이 큰 도움이 되었다. 명상과 관련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글로 적어볼까 한다. 


어쨌든, 이렇게 나는 지금 최근 2개월을 내 몸을 돌보면서 지냈고, 앞으로도 내 몸을 우선으로 돌보려고 하지만, 블로그 글도 서서히 다시 작성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