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 아래에서

한국은 오늘 정월대보름이다.

올해 첫 보름달은 개기월식이 진행되며 붉게 물든 달을 볼 수 있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많이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부터 비가 내렸고, 오늘도 저녁까지 잔뜩 흐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아쉬워하고 있었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여행이라도 가야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밤이 되자 맑은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작년 여름부터 매달 보름달을 보고 있는데, 날이 흐리고 구름이 많이 낀 날에도, 달은 구름사이로 내게 얼굴을 보여주었다. 


오늘 본 달의 모습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

밤하늘의 달을 올려다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구름이 살짝 낀 상태에서 월식이 진행 중이었는데, 아직 붉게 물들지는 않고 초승달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할말을 잃고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슬픔인지, 경외감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달이 붉게 물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었기에, 방으로 돌아가 옷을 다시 챙겨 입었다. 머플러를 하고 외투를 챙겨 입는데, 아주 어린 시절, 한겨울 밤중에 유성우를 보겠다고 옷을 껴입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밤하늘을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오랜 기간 잊고 살았다. 


달이 붉게 물드는 시간에 맞춰 다시 한 번 밤하늘을 보러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그저 가만히 달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손이 자연히 앞으로 모아지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떤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는 그가 가진 고통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빌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그의 고통을 나에게 조금 나눠주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난 어차피 고통에 익숙하니까.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아픔이 사라지기를.
그리고 그가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과 이어질 수 있기를.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행복하기를.......


모든 생명의 평안을 바라면서,
그 안에 나도 포함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라는 것 처럼,
누군가도 나의 행복을 빌어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아니, 약한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따뜻한 마음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기를......


나는 그렇게 서서
멀리 있는 달을 그저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닿지 않는 곳에서
아름답게 피어있는 달.



나는 오늘 밤의 풍경을 잊고 싶지 않다.


차분하게
붉게 물든 달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빛나는 별들을.


당신을 떠올린

그 마음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