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 새겨진 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손에 들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편지가 있다.


그곳에 새겨져 있던 것은,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그리고 믿을 수 없었던 말이었다.


본가의 짐 정리는 거의 끝났다.


대부분은 ‘버리는 것’으로 정리했다.

졸업앨범도, 사진도, 편지도——.


그런데,

도무지 버릴 수 없는 편지가 하나 있다.


무엇이 쓰여 있었는지,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 편지는 따로 보관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내 이름이 여러 번, 여러 번 적혀 있었다.


마치, 필사적으로 부르는 것처럼——.


그 편지를 잊고 지내던 동안,

나는 언제나 ‘결핍된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 없는 것,

부족한 것만을 헤아렸다.


그리고,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편지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은 너”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 순간,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나를 사랑해준 소중한 사람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차오른다.


편지를 준 사람은, 이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을 것이다.


더는 그 사람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내 마음에 새기고 싶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오래전에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투병 중, 우연히 연락이 닿았을 때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를 가장 좋아해준 것 같아.”


그건 짝사랑으로 끝난 관계였지만——


누군가가 그렇게 느낄 만큼,

나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믿고 싶다.